일본/일본일상

아직은 추운 봄. 시작된 쿠사야구 봄대회.

YUNOLAND 2016. 3. 14. 23:02

[드림즈]라는 쿠사야구팀은 내 인생에 꽤 깁숙히 들어온 야구팀. 나에겐 가족같은 곳 드림즈.

위 사진은 내가 26살. 일본을 떠날 때 송별회 때 사진이다. 모두들 나하나를 위해 만들어준 자리였기에 정말 행복했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주었다.

(아! 블로그 예전 페이지쪽에 가면 송별회 포스팅이 있을지도..?ㅎㅎ)

다시 돌아와서도 야구를 다시 하고 싶었던것도 단지 [드림즈] 하나다.


그렇게.. 일본에 다시 돌아오고나서 지난 3년간 쿠사야구대회, 연습시합에 나가서 이긴적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지는 것에 익숙해진 팀.(ㅎㅎ)

아저씨들은 나이가 더 들어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주루는 걸어다니시고..(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팀원들이 가족처럼 좋고 그 좋은 사람들과 야구를 하는것만으로도 행복하기에 계속 같이간다. 그리고 내가 3기인데 웃긴게 1기, 2기가 초중고때부터 동기, 동창생들로 이루어진 팀이고 25년간 지속되고 있다.(사실 이 날 코토구(江東区)쿠사야구연합에서 25주년 지속팀 표창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들어와서 벌써 9년차(중간에 3년은 빠졌었지만..) 무튼 그렇기에.. 나 이외에 팀원들이 전부 12살 많은 아저씨들이다. 다들 동갑(ㅎㅎ)

그렇게 쭈욱 지내오다 작년부터 인원이 늘었다. 


1. 송

타즈매니아에서부터의 인연으로 일본에와서 나랑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송. 

데뷔전에서 안타를 때렸지만 아저씨들은 아직 의문을 가지고 있기에 선발로는 쓰이지 않는 상황.

포지션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연습시합 위주로 선발로 나가게 될 것이다.


2. 슌뻬이

츠네오상이라고 재밋는 아저씨가 있는데 같이 일하는 젊은 애가 야구하고 싶다고 데리고 왔는데 그게 19살 슌뻬이다. 

슌뻬이는 조그만해서 호리호리한게 잘 뛴다. 운동센스도 좋고 귀여운게 붙임성도 좋고 참한 아가씨 있음 소개시켜주고 싶다. 

작년부터 해서 3~4번 같이 뛰었나?  감독님이 나랑 슌뻬이를 1, 2번 타순에 놓는다.

슌뻬이는 키카이시마라고 오키나와 근처에 있는 섬이 고향이고 18살이 되자마자 도쿄에와서 혼자 일하면서 지내고 있다.


3. 코시엔출신 스즈키상

그리고 스즈키상이라고 스켓토(인원이 모자라고나해서 헬프로 와서 도와주는 사람)로 뛰었는데 올해부터는 정식으로 들어왔다.

코시엔 출장한 경험이 있다. 실제로 배나온 평범한 아저씨로 보이지만 볼의 위력이 장난아니다. 타격도 좀 쩜. 쿠사야구계의 이도류.


2016년 3월 13일. 올해 첫 시합. 쿠사야구 코토구 봄대회 1차전.

1차전 상대팀이 꽤나 실력있는 팀이라 힘들거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1차전에서 지겠네라고 당연히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감독도 캡틴도 올해는 해보자는 의지가 보였다. 난 1번타자 우익수로 출장(센터, 우익수로 주로 서다가 캡틴이 타격에만 전념하라며 우익수로 고정.)

수비에서 보여줄게 없으니 타격에서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야하는데, 연습은 없고 시합에만 출전하니 타격도 올라가질 않고..



그렇게 플라이, 땅볼만 치고.. 스즈키상도 역투를 하며 6회 최종회까지 0-2로 밀리는 상황.

단 두점차기에 아직은 끈을 놓을 순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6회초 마지막 공격. 상대팀 투수도 완투를 하려는지 마지막 회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데드볼을 던지더니 안타를 하나맞고 스코어는 1-2, 그렇게 또 볼넷으로 만루가 됐다.

응? 내 타석이다. 오늘 안타하나 없는 나였지만 여기는 꼭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서서 집중!!!!!!!

1구를 봤는데 확실히 볼스피드가 좀 떨어져있고 충분히 칠 수 있겠다 싶었다.


제 2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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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1루베이스 살짝 안으로 걸친 라이너 강습 우익수 뒤쪽으로  쭉쭉 굴러갔다. 그간 못쳐서 막혔던 스트레스가 풀리는건 한순간이더라.

그 순간 1루베이스로 뛰어가며 카치포-즈!(승리포즈!)


출처:요미우리


나의 그 감격적인 순간은 사진으로 남겨져있지 않지만 좋아라하는 사카모토로 내 모습을 재현해봤다.

그 순간만큼의 기분은 나도 프로야구를 하고 있었다.(ㅋㅋㅋ)

그렇게 뒤에서 슌뻬이도 안타! 마코토상도 안타! 6회초가 끝났을 때 6-2로 리드.

그렇게 시합이 끝날 줄 알았다....


5회때 바뀌었던 유야군은 5회때도 1사 2, 3루에서 잘 막아냈고 평소에도 안정적이었기에 쉽게 끝날 줄 알았지만..6회말.

첫 타자 데드볼... 두번째 타자 데드볼.. 3번째 타자 좌익수 키를 넘어가는 그라운드 홈런..

분위기가 넘어가는건 한순간이었다. 

6회초가 끝났을 때 상대팀 분위기는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였는데 순간 우리쪽 벤치랑 분위기가 바뀌었다.


부랴부랴 스즈키상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는데, 앞에서 너무 많이 던졌고, 조금전 좌익수 키를 넘어갔을 때 좌익수가 스즈키상이었기에 엄청 체력소모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안타를 두개 더 맞으며 사요나라 역전패..그렇게 2016년 첫 시합. 봄대회도 1차전 탈락.


항상 시합이 끝나면 통째로 빌리는 가게 "레이짱" 으로 가서 뒷풀이를 했다.

지긴 졌는데 진 팀 분위기가 아니었다. 캡틴도 감독도 올해에는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당연하다. 지면 9대1, 10대2 이렇게 지다가.. 오랜만에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했다.) 지는데 익숙해져있어서 이긴경기도 이길 수 없었고 오늘 경기를 교훈삼아 올해는 한 번 일내보자고.

스즈키상. 투수한명 바뀌니 정말 야구의 흐름이 틀려진다. 투수가 자신있게 볼을 던지니 야수들도 확실히 더 집중하는게 느껴지더라.


가만 생각해보니 나도 지는데만 너무 익숙해져있어서 이기는 법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전력의 큰 틀을 만들수 있게 된 스즈키상도 들어오고 송, 슌뻬이도 들어왔으니 올해는 이기는것에도 좀 익숙해져보자.